I dig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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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여담'

빨간도란쓰

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읽다가 개안했다. Digression은 여담(餘談)이었다. "I digress but ~"은 "여담이지만~". 적절한 번역어를 찾아서 만족스럽다.


내가 여담 밖에 못 늘어놓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일단 한 문제를 진득하게 붙잡을 수 있는 인내심이 없다. 또 내가 궁극적으로 파고들고 싶은 분과학문 자체가 너무 마이너해서 그 주제에 대해서만 계속,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 많지 않기도 하다.


이러다 보니 주어진 기간 동안 내 마음의 중심에 놓인 주제가 항상 바뀐다. 최근 며칠은 오랜만에 마르크스경제학-phase였다. 보통 일주일 단위로 관심사가 바뀌는데, 상전이가 어쩌다 일어나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확실한건 상전이 사이사이마다 심각한 무기력-phase가 항상 수반된다는 것. 무기력증이 도지면 아무것도 들여다보기 싫어지고 의문들이 생긴다. 내가 과연 학문을 평생 할 수 있을까, 학문은 커녕 사람 구실은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무 쓸모가 없어지면 내 주위엔 누가 남을까. 이런 의문들.


무기력증을 탈피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거의 항상 주변 사람들이다. 다양한 관심사와 전문성을 가진 열정적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 한국에 있을 동안은 이런 자극을 꾸준히 줬던 사람들이 있어서 안정적이고 행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상전이도 순전히 내 마음 끌리는대로만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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