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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정치적 주체화: 남은 문제들

빨간도란쓰

바스카의 비판적 실재론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석해야하는지에 관한 강력한 실재론적-유물론적 관점을 얻었다. 사회과학, 나아가 과학 전반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좋은 결론을 얻었다.


샹탈 무페와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의 정치철학을 통해 정치라는 과정을 역동적이며 우연적인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유토피아에도 정치는 있다"라는 말과 함께, 적대(antagonism)의 제거불가능성도 수긍하게 됐다.


그렇다면 과학과 정치는 어떻게 이어지는가? '정치적 주체화'의 범주를 설정하는 몇 가지 고민이 남았다.


1) 사회과학은 어디까지 보여주는가? 사회과학적 분석에 기반하지 않는 정치적 주체는 무페의 급진 민주주의와 화해할 수 있는가? 사회적 관계를 분석한 후 그에 기반한 집단적 권리로서 제시되는 정치적 주장들만을 인정하게 되면 정치의 가능성이 축소되지 않는가?


2) 정치적 주체화란 정확히 무엇인가? 공적 주체와 사적 주체는 어떻게 다른가? 모든 주체는 똑같이 (동질적으로) 다뤄져야할 주체인가? 소수자 혐오·본질주의·집단주의를 동력으로 시위·집회를 열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장악하는 이들은 어떤 '주체'인가? 우리는 이들을 모두 '정치적 주체'라고 긍정해야 하는가?


3) 정치적 주체화와 사회주의적 주체화는 어떻게 다른가? 사회주의적 정치체는 무페의 급진민주주의적 프로그램을 실현시키기 위한 필요조건인가? 무페는 그렇다고 말하지만 그 이상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4) "유토피아에도 정치는 있다," 라고 할 때 그 정치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 정치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지젝의 말처럼 우리는 강간이 좋은지 나쁜지를 논의하는, 그것이 '정치적 쟁점'인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 그것은 명백하다. 사회주의적 경제체제에 대한 투쟁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가?



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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