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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시간-의식'이라는 화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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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임] '시간-의식'이라는 화두

빨간도란쓰

메모. 


우리는 어떻게 시간을 의식할 수 있는가. 내가 오래 전부터 의식에 있어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질문이다. 어떠한 경험이든 간에 그것은 변화하거나, 그 상태 그대로 지속다. 그렇기에 시간-의식은 모든 의식적 경험을 가능케 하는 하나의 조건으로서도 생각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경험이 가능한가? (꿈꾸지 않는 깊은 잠을 떠올려보라. 8시간을 자도 그것은 절대로 8시간의 경험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스틸샷으로 상상되는 경험도 결국 연속적이기에 시간-의식적 차원을 함축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이들은 시간성이 전혀 결여된 경험도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적어도 내 직관에 따르면 시간의 경험temporal experience은 의식적 경험의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나는 시간-의식의 원천과 메커니즘을 규명해내는 것이 의식적 경험을 규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열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규명해내느냐? 오랫동안 고민해보고 찾아보기도 했지만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몇몇 뇌신경과학 연구자들도 이 질문을 염두에 두고 연구하지만, 내 지식이 부족해서인지 아직 납득이 가는 설명을 찾지 못했다. (내 지식이 부족하고 내가 게을러서였던 것이 맞다. 2018.08.30) 그리고 감각질qualia 차원에서의 시간-의식 문제는 현재의 인지과학적 접근 방식으로는 풀어내기 어렵다는 생각도 있다. 성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언젠가 베르그송의 의식에 직접 주어진 것들에 관한 시론 Time and Free Will』을 읽어보고 그 연장선에서 들뢰즈 등의 시간 개념에 관한 논의도 찾아봐야 할 것이다.


관련해 또 한 가지 통찰을 건네줄 수 있는 이론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기존의 절대적 시간관념을 공간과 통합하면서 상대적으로 변환시켰는지를 살펴보면 의식의 차원에서 시간 개념이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초를 찾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여태껏 알아본 바로 아인슈타인이 새로운 시공간 개념을 바탕으로 엄밀한 과학을 전개할 수 있었던 토대는 빛의 속도가 그 어디에서든 동일하며 상수로 주어진다는 중요한 가정이다. 그 기준점 위에서 다양한 속도를 가진 공간 위에서 빛을 이론화함으로써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구상해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의식 과학에 있어 시간-의식에 대한 엄밀한 이론적 논의가 가능하려면, 시간-의식에 있어 보편적으로 준거가 될 수 있는 어떤 기준--빛의 속도와 같은--이 제시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써 가능한 후보로는 정보information와 같은 개념이 떠오른다.



+2018.08.30 추가

당연하게도 뇌과학에서 시간 인지에 관한 연구는 꽤 활발하다. 여태 내가 게을러서 찾아보지 않았을 뿐.. 현재 모든 시간-의식과 관련한 질문들에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철학 논의를 넘어선 뇌과학 연구들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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